성과 관리(Performance Management)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성과 관리를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회사 전반의 성과 향상은 말할 것도 없고, 조직 구성원들의 표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조직 구성원들의 ‘기(氣)’가 살아난다는 말이다. 더불어 성과 관리를 잘 하는 관리자는 동료 및 후배들의 역할 모델(Role Model)이 되며, 정신적인 지주 내지는 인생의 스승(Mentor)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성과 관리의 목적은 무엇인가? 성과 관리는 성과 평가 혹은 인사 평가/고과와 구별이 되는, 보다 포괄적인 개념이다. 이 개념을 혼동하면 성과 관리의 목적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급여를 공정하게 주기 위해서’라는 답을 하게 된다. 물론 성과 관리를 통해, 한 사람이 회사에서 창출한 성과 혹은 공헌에 적합한 급여를 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이차적인 목적(Secondary Purpose)이다. 성과 관리의 궁극적인 목표(Prime Purpose)는 바로 ‘보다 더 나은 성과 창출’이다. 따라서 성과 관리란 ‘보다 더 나은 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모든 활동’으로 정의할 수 있겠다. 그 외에, 승진과 전환/배치, 경력 개발 등에 활용하는 부가적인 목적들이 있을 수 있겠다.
우리 기업의 성과 관리 특징
최근 우리 기업들이 성과 관리의 중요성에 관심을 가지고, 개선 노력을 많이 하고 있는 점은 대단히 반가운 일이다. 경영 전략에 따라 회사의 연간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부서 혹은 팀 단위의 목표를 회사 전체의 목표 달성에 기여하도록 고안하는 노력이 국내 우수 기업들을 중심으로 어느 정도 그 틀을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의 성과 관리 특징들을 논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아 보인다. 왜냐하면 과연 우리 기업에서 성과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일단 성과 관리 상 기본이 되는 커뮤니케이션이 관리자와 부하직원간에 부족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코칭(Coaching)과 멘토링(Mentoring)이 잘 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전반적인 구조 자체가 그렇게 할 필요성을 못 느끼도록 구성되어 운영되는 측면도 중요한 요인이다.
우리 기업의 성과 관리는 대뜸 성과 평가 내지는 인사 고과라는 표현으로 떠 올려지게 되어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성과 관리의 목적을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을 공정하게 주기 위해서’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된 목적이 바로 공정한 보상을 위한 데이터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평가는 ‘매우 공정해야 한다’. 그러나 평가가 어떻게 공정할 수 있겠는가? 평가는 그 내용이 자의적이지 않으면 그것으로 소임을 다 한 것이다. 평가가 어찌 객관적일 수 있는가? 평가는 컴퓨터가 아닌 사람이 하는 것이고 따라서 그 내용이 주관적인 것은 매우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 기업의 문화는 그것을 용납하기가 힘들어 보인다. 심지어 노동조합이 차등 보상을 거부할 때 사용하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라는 선결조건에 대해서도 뾰족한 답들이 없어 보인다. 다시 강조하지만 평가는 신이 내려와서 해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할 수 없다.
우리 기업의 이러한 인식은 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시스템에서도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우리네 평가는 우선 평가 항목이 아주 많고, 평가 프로세스가 매우 복잡하고, 항목별 점수가 가중치에 의해 가중합산(Weighted Sum)되며, 그렇게 많은 항목 및 가중치로 구성된 계산식에 의해 종합점수가 자동으로 산출되는 방식이다. 또 정해진 재원을 나누어야 하므로 평가 결과는 일정 수준의 정규분포를 그려야 하고, 이를 위해 평가 결과들이 모여 일정 조직 단위 별 혹은 임원 별로 ‘재조정’되는 작업을 거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 평가자가 신입사원이라면 내가 왜 이러한 평가를 받았는지 놀라게 된다(What a surprise!).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회사 내 평가에 대한 게임의 법칙을 이해하며 전혀 놀라지 않게 된다. 게임의 법칙이란, 아무리 성과주의 인사제도라고 회사나 인사부서가 부르짖어도 보이지 않는 입사 동기 순서에 의해 승진하는 ‘줄자 인사’가 내면에 숨어있고, 누구누구가 올해 승진해야 하니까 당신은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나왔다 라는 평가자의 ‘변명’도 이해하게 되며, 승진 전까지는 선배들의 승진을 위해 저평가를 감수하다가 나도 승진할 때가 되면 슬슬 평가가 올라가면서, 승진 직후에는 다시 저성과자로서 낮은 평가를 받아야 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한마디로 껍질은 성과주의인데 몸통은 연공서열인 시스템이다. 이때 조금 평가에 대해 티를 내면 ‘개인주의’로 찍히게 된다. 회사마다 풍토는 다르지만, 혹시 평가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은 기업은 평가시즌이 되면 온 회사가 홍역을 치르듯 술렁이게 되고, 자신이 없는 관리자들은 가능한 한 평가 점수를 가운데로 모아서 평가를 한다. 왜냐하면 평가 결과에 대해 설명하기가 힘든 구조이므로.
자연스럽게 평가 항목은 많고, 프로세스는 복잡해야 한다. 평가 결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혹시라도 있다면 복잡한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또 평가자 들은 코칭이나 멘토링 같은 성과 관리의 핵심을 할 이유가 없다. 어차피 본인이 줄 수 있는 재량에 한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네 기업의 관리자들은 리더십 개발의 니즈를 잘 느끼지 못한다. 리더십을 발휘할 영역이 적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우리 기업은, 부하직원이 제출한 서류에 빨간색을 조금 칠해 몇 차례 돌려 보내는 유사한 관리자들을 다수 양성하는 체계적인 오류에 빠지기가 쉽다.
해외 선진 기업의 성과 관리
해외 기업들이 모두 그러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선진 기업들은 제대로 성과 관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981년에 GE의 최연소 CEO가 된 잭 웰치의 1973년 평가자료를 공유하고자 한다. 여러분들은 무엇을 느끼는가? 1973년, 이미 회사 내 평가 자료에 자신의 커리어 목표를 그 회사의 CEO라고 분명히 써놓고 있다. 물론 그의 평가자와 함께 말이다. 그리고 눈길을 끄는 점은 모두 ‘기술형(Descriptive)’이라는 점이다. 기술형이라는 것은 얼마나 평가자가 그 사람에 대해 관찰을 많이 했으며, 성과에 대해 그 사람과 얼마나 많은 논의를 했는지 말해주는 증거이다. 특히 선진 기업들은 성과 평가 시에 한 사람이 독점적으로 의견을 내지 않고 여러 사람이 의견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의견을 낼 때 모두 기술식으로 자세한 근거를 가지고 평가를 한다. 이 사람은 이런 훌륭한 성과를 올해 냈는데, 그 이유는 이러한 이러한 점이었고, 보다 개선할 점은 무엇 무엇이고…등등.
여러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자세히 기술을 하니, 사실 피 평가자는 변명할 여지도 적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선진 기업들의 관리자들이, ‘보다 더 나은 성과’를 피 평가자가 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성과 관리의 궁극적인 목적에 충실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을 줄 지우기 위해서라기보다 개인 개인이 보다 더 나은 성과를 창출하여, 회사 전체의 집단적인 성과를 보다 더 향상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따라서 이들은 지속적인(On-going) 코칭 및 멘토링이 자연스럽게 필요한 것이다. 중간 중간에, 차를 마시면서, 휴식을 취하면서 피 평가자의 작업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토론하며, 의미 있는 Feed forward를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에서 평가자들은 자신의 리더십 개발 니즈를 느끼게 되며, 분석력, 통찰력, 커뮤니케이션 등의 리더십 스킬 향상 노력을 하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피 평가자는 지속적인 성과 관리를 통해 성과 평가 결과에 대해 전혀 놀랄 것이 없는 상태가 된다(No Surprise). 내가 어떻게 성과를 냈고, 무엇을 더 개선해야 하는지에 대해, 지난 일년 간 많은 공식적/비공식적인 대화를 평가자와 나누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가 양식은 매우 단순하다. 그냥 대부분이 공란으로 되어있다. 항목 점수를 쓰더라도 반드시 구체적인 기술이 뒤따른다. 다른 사람이 평가 결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 평가자가 많은 증거자료와 리더십 역량을 가지고 그 사람과 토론하면 된다. 평가 결과를 피 평가자가 신뢰하고 있기 때문에 급여 인상이 어떻게 결정되었는지 설명을 자세히 할 필요도 없다. 모든 직원들에게 회사 차원에서 감사의 Letter 한 장이 주어질 뿐이다. 일년 동안 수고 했고, 그래서 급여는 이렇게 조정되었고, 내년에도 열심히 일해주기를 바란다는 내용이 전부이다.
우리 성과 관리의 방향
우리 성과 관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아주 명확해 보인다. 문제는 갈 길이 아주 멀다라는 점이다. 이것은 문화의 변화를 요구한다. 우리 기업에서 성과 관리를 통해 잭 웰치가 탄생하려면 많은 변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모 국내 기업에서 모든 평가를 기술식으로 강화하여 전환하는 사례를 보았다. 핵심은 먼 곳에서 존재하는 유토피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조금씩 만들어가는 변화의 과정일 것이다. 변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때로는 우리의 문제에 대해서 보다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